니콜라이 기르셰비치 카푸스틴은 우크라이나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다.
작곡가로서 긴 무명 시절을 보냈지만 스티븐 오스본 등의 피아니스트들이 그의 작품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한국에서 피아노에 조금만 관심이 없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손열음 피아니스트도 그의 작품을 연주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소수의 피아노 곡들 중 일부가 카푸스틴의 곡일 정도로 카푸스틴의 곡을 좋아한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클릭했다면 제목의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다. 카푸스틴의 곡은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글로 적어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곡을 들어본다면 '이게 클래식이라고?' 라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러했다. 그의 음악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겉으로는 재즈 연주처럼 들리나 실제로는 철저히 기보된 클래식 스타일의 작곡임을 알 수 있다. 그의 피아노 작품들은 극한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곡가인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못지않은 테크닉을 요구한다. 나도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고 취미로 하고있는데, 클래식을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재즈의 테크닉은 정말 어렵게 다가와서 카푸스틴의 곡에 벽을 느끼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에는 에튜드, 변주곡이 있다. 8개의 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연습곡 모음집인 에튜드는 각 곡이 서로 다른 재즈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1번 Prelude, 3번 Toccatina, 6번 Pastoral이 유명하다. 내가 카푸스틴을 알게 된 것이 에튜드 6번 덕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 선생님께서 연주하던 곡이 고등학교 때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때쯤 유튜브에서 피아노와 관련된 채널이 생겨나고, 카푸스틴이라는 작곡가에 관한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을 보고 그의 곡을 찾아보던 도중에 잊혀지지 않는 그 곡을 듣게 된 것이다.
카푸스틴의 곡이 궁금하다면 일단 에튜드로 먼저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튜드에도 정말 다양한 재즈의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1번 Prelude는 전체적으로 프레스토(아주 빠르게)로 진행되며, 강렬한 느낌의 곡이다.
왼손의 스윙 리듬을 바탕으로 오른손의 화려한 패시지를 통한 재즈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내가 8개 중 4개의 카푸스틴 에튀드를 연습하면서 그나마 할 만 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곡이다. 꼭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으로 3번 Toccatina는 제목에서도 보이다시피 토카타 스타일의 곡이다. 곡 전체가 16분음표의 논스톱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의 체력을 강하게 요구한다. 왼손은 타이트하게 베이스 라인을 유지하며, 오른손은 빠른 패시지를 연주한다.
위의 1번의 경우에선 왼손과 오른손이 조화롭게 움직이나, 3번은 독립적인 움직임과 폴리리듬을 통해 난이도를 증가시킨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으면 이러한 요소들을 완벽하게 처리해 정말 매력적으로 들린다.
6번 Pastoral은 위의 두 곡과 다르게 부드러운 흐름에서 재즈 요소를 반영한 곡이다. 제목인 Pastoral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말 그대로 평온한 곡임을 나타낸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의 주인공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단순 선율이 아니라 재즈 화성이 들어간 신비한 느낌이 든다. 카푸스틴의 에튀드들이 너무 빨라서 부담스럽다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8번 Finale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곡이고, 1번, 3번과 비교했을 때도 더 질주하는 느낌이다. 기교적인 화려함으로 따지면 이 곡은 카푸스틴의 에튜드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경주를 귀로 듣는 것 같고, 다양한 재즈 스타일이 섞인 곡이다.
위의 곡들은 에튜드 중 유명한 곡들이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곡을 더 소개하고 싶다. 바로 7번 Intermezzo이다.
Intermezzo는 짧은 간주곡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인 간주곡과 다르게 복잡한 리듬과 재즈적 요소가 가득하다.
1,3,8번 같은 강렬한 곡들 사이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분위기의 곡인데 화려하면서 절제된 느낌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카푸스틴의 에튜드 중에 완벽하게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세련된 곡이라고도 생각한다. 처음 들었을 때 최고급 카페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푸스틴의 곡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고,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피아노곡들을 몇 개 이야기하고 마치겠다.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연습하면 클래식보단 뉴에이지 장르의 곡을 좋아한다. 일본 작곡가인 나카무라 유리코의 곡을 꼭 들어봤으면 한다. 하나만 꼭 추천해야 한다면 Winter romance를 꼽겠다. 내가 느끼는 겨울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담겨있는 곡이다. 겨울이 되면 눈을 보며 행복하기도 하지만, 끝나가는 한 해에 대한 생각을 하며 공허함과 조금의 슬픔도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을 너무 슬픈 멜로디만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피아노곡은 아니지만 iwamizu라는 작곡가의 edo라는 곡이다. 한 번 찾아서 들어봤으면 한다.
블로그의 첫 글이라서 내가 꼭 전달하고 싶었던 정보를 최대한 적었다. 이 글을 읽었다면 꼭 소개한 모든 곡을 한 번만이라도 찾아봤으면 좋겠다. 나는 음악이 삶을 살아가는 데 꽤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곡들을 통해 모두들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